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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공포/무서운 이야기

박보살 이야기 23

by 진실로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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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네이버 블로그(스윗떠블리) [네이트판 엽기&호러-박보살 이야기]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박보살 이야기입니다

추석 명절은 다들 잘 보내셨나요 ㅎㅎ

이번 추석은 뒤로 연휴가 짧아 유난히 아쉬운 명절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박보살이 추석나들이를 친정대신 저희 집으로 와서 정신이 없었던? 추석이었어요

올해는 박보살이 시집에 가서 추석날 아침에 성묘 하고

자유부인의 몸으로 저희 집에 휴가를 왔답니다~!

근데 식탁위에 잔돈 올려놨다가 잔돈이라도 이렇게 함부로 두면 집에 돈이 안모인다고 오자마자 잔소리 듣구요 ㅋㅋㅋㅋㅋ

옷은 사람 혼이 깃들어있는건데 입고나서 아무데나 걸어놨다고 또 잔소리 듣구요

(우리 할매 온줄..ㅎㅎ)

또 제가 끼니마다 밥을 배민으로 시켜줬더니 또 이래서 언제 은행 빚 갚을거냐고

밥 먹을때마다 잔소리해서 ㅋㅋㅋ

친구야 빚은 갚는게 아니라며, 그냥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거라며

제발 샤랍하고 밥 좀 먹으라구 ㅋㅋ

하.. 진짜 박할매땜에 미치는줄 알았네요

우리 가끔씩 오래보자, 짧은 시간만 보자! 하며 동대구역에 태워주고 왔는데

사실은 알지요~~

가족만큼 제 걱정 많이 해주는 사람이 박보살이라는 걸요!

그 맘.. 너무 알아서 모르는척 하는 제 맘을 친구도 알고 있을거예요 분명히 ㅎㅎ

친구가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혼자 왔는데

밤에 둘이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잠들고

이런 밤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옛날 생각도 나고!

옛날에 제 작고 소듕한 마티즈 타고 밤에 대구 북성로가서 불고기랑 우동 먹고

심야영화 한 편 때리고 집에 새벽에 들어와서 늘어지게 자고 그랬었는데

그때 비하면 우리 많이 컸다이? 하며 열심히 잘 살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자 으쌰으쌰 하며 ^^

근데 이젠 늙어서 밤은 못 새겠다며

세월이 야속하다는 얘기 하다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바로 기절 ㅎㅎㅎ

이젠 체력이 안 따라주네요 정말루! ㅜㅜㅋㅋ

금수저 다이아수저 이런거 필요없고 근수저 (근육수저) 가 최고라는 말이 있던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은 요즘입니다 ㅋㅋ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 할수 있으니까요 ^^

잇님들도 건강 꼭꼭 잘 챙기셔요!!

정말 건강하기만 하면 모두 다 이룰 수 있어요~~

그나저나 제가 추석 연휴에 글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친구가 와서 ㅠㅠ 친구를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ㅜㅜ

(누구 있으면 편하게 글 못 쓰는 타입..ㅋ)

그리고 추석이 끝난 주말엔 시아버지 제사였어서 쩐댑 본가에 가느라 컴퓨터 할 시간이 없었어요

이번 주말엔 추석이 끝나고 밀려있던 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임시공휴일인 월요일 밤까지 꽉꽉 채워 일해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요!

늦게 와서 죄송하구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어쩌면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수도 있을것 같아서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지만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저는 저의 마음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니까

오늘 에피소드도 제 마음처럼 읽어주시리라 생각을 하고 글을 씁니다!

그럼 많이 기다려들 주셨던 제 친구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여전히 음슴체)

오늘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함

때는 우리가 스물 한살이 되던 해였는데 박보살과 서울로 놀러를 갔었던 적이 있음

우린 주머니 사정이 뻔한 대학생이었고, 유럽 여행에 대한 동경이 한창이었을때임

나에게 유럽 특히 프랑스는 스무살이 된 이후부터 쭉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마침 루브르전이 서울에서 열린다는거 아니겠음?

어우 루브르면 나 당연히 가야지 가야지! 하며 벼르고 있다가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가 다른 친구랑 먼저 다녀오게 되서 내가 박보살을 끌고 서울로 가게 되었음 ㅋ

조금 부끄럽고 웃긴 건,

나는 미술 무식자라서 미술작품 보다는 그냥 단순히 루브르에 있는 그림들이 한국에 온다고??

그럼 가야지!! 하고 간 것임 ㅋㅋ

또 이야기가 샐 것 같은데, 내가 프랑스에 빠진 첫번째 계기는 내 인생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언니가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라는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제과를 배우고 불어를 멋지게 하는 모습에 반해서였음

진심 이 드라마 때문에 나는 대학교 2학년때 불어불문과로 진학을 함 ㅋㅋㅋ

근데 막 내 상상은 봉쥬흐~~샬라샬라샬랄라 울라울라울랄라 하며 멋지게 불어를 마스터한 내 모습이었지만

나는 간단한 회화는 커녕 졸업도 겨우 함 ㅜㅜ 진짜 불어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언어임 ㅋㅋ

그래도 난 책 읽는 건 정말 좋아해서 문학 시간이 제일 좋았는데

대학교때는 다양한 프랑스 문학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나름 행복하게 보냈던 것 같음

내 평생 단짝 영준 선배도 같은 학교 같은 과에서 만났으니 뭐 장학금 면제받고 다닌 보람은 있음 ㅎㅎ

여담이 길어지는데 ㅋㅋㅋ 영준선배는 장학금을 좀 받고 학교를 다녔단 말임 ㅋ

그래서 내가 내 덕분에 오빠 장학금 받은거라고

내가 깔아줘서 오빠 장학금 받았다고 하면

깔아주는 애들은 중간정도는 되는 애들이었어.. 넌.... 하고 말끝을 흐리는 남편새기..ㅋㅋㅋㅋㅋ

(팩트라 뭐 반박 할 말은 딱히 음슴 ㅜㅜ 후,,,ㅎㅎ)

아 그리고 내가 프랑스에 빠진 두번째 계기로는 평소에 내가 엄청 좋아하고 동경하던 엄친딸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서 빨간 어닝이 달린 프랑스의 꽃가게 앞에서

빨간 트렌치코트를 입은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싸이월드에 올렸었단말임

나는 평소에도 동경하던 엄마친구딸인 그 언니에게 또 한번 반했음

너무너무 예쁘고 낭만적이고 빛나는 느낌

그런 느낌 뭔지 아시쥬? ㅎㅎ

그땐 그 언니가 나한테 연예인이었음

언니가 다녀왔던 프랑스의 그 꽃가게 앞에서 나도 꼭 사진 한번 찍어봐야지~

살빼서 가야지!! 하며 벼르고 별렀었는데

응 살도 못빼고 프랑스도 못감 ㅋㅋㅋㅋㅋㅋㅋ

너무너무 바쁘게 살기도 했고

훌쩍 떠나기에 용기가 없기도 했고

이제 시간적인 여유도 좀 생기고 결혼하고 신혼여행도 못갔겠다

마음 편하게 한달 정도 유럽 다녀오자! 마음 먹었을때는

코로나가 터짐 ㅜㅜ 하....

나는 정말 놀 팔자가 못되나 봄

코로나 끝나고 다녀오면 되지!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이젠 새꾸들이 매일 제 시간에 먹어야 하는 심장관련 약들이 있어서

우리 할망이들 약 챙겨줘야해서 못감 ㅜㅜ

그래도 우래기들 오래오래 내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여행쯤이야 얼마든지 못가도 괜찮다 했더니

쩐댑이 그러면 우리 나중에 애기들 다 잘 보내놓고, 50대 되면 손 잡고 여행 많이 다니자고 해서

그러기로 함! ^^

여보!! 관절 건강 잘 챙겨요 우리~~ ㅋㅋ

암튼 그렇게 루브르전을 관람하고 나서, 박보살과 나는 한강으로 향함

그때가 한참 무슨 ㅇㅇ녀 이런식으로 버스킹 영상이 싸이월드에 많이 올라오고 할때라

한국인의 흥과 얼을 가진 우리는 저녁에 한강엘 갔음

혹시 버스킹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임

(사실 저 나이때는 버스킹이라는 말도 몰랐음ㅋ 그냥 노래하는거 보고싶다!

한강가면 볼수 있을거 같은데 한강 갈까? 하고 갔던거임)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역시 버스킹 그런건 우리 상상 속에만 있지 말임

노래하는 사람은 커녕 아예 사람이 1도 없음 ㅡㅡㅋㅋ

우리가 확실히 촌년들인게, 한강 어디를 가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대충 강이 보이는 곳으로 무작정 찾아감 ㅋ

그래서 사람들이 없었을 수도 있음 ㅎㅎ 진짜 그땐 어려서 뭘 몰랐으니 용감했구나 싶음

내가 여러번 강조했던 적이 있는데

나는 엄마 체질을 닮아 상비 (상체비만) 임

ㅜㅜㅜㅜ 다리만 보면 44 사이즈임

발도 엄청 작고 발목도 나노 발목.. ㅜㅜ 심지어 슬개골도 초등학생보다 작음 ㅜㅜㅋㅋ

이 가녀린 하체로 거대한 상체를 끌고 다니자니 진짜 발바닥에 불나고 발목이 끊어질듯 다리가 아픈거임

안되겠다, 저기 좀 앉아서 쉬었다 가자! 하며 박보살을 잡아끌어 무작정 잔디밭에 퍼질러 앉음

(한강 어디였는지 설명해드리고 싶어서 박보살이랑 추석때 이야기를 정말 많이했는데

박보살도 촌냔 따부리도 촌냔 + 길치라 당최 거기가 어느쪽 한강이었는지 알수가 없음 ㅜㅜ)

대략 기호로 표기하면

강물/ 낮은 풀숲/ 산책로/ 잔디밭/ 자동차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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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한강 어딘가였음 ㅜㅜㅋㅋ

설명이 이렇게밖에 안되는 내가 너무 한심함..ㅠㅠ

무튼 걷다가 지친 나는 잔디밭에 앉아서 좀 쉬었다가자며 박보살을 끌어앉혔고

나는 도로 쪽으로, 박보살은 한강 쪽으로 마주보고 앉은 상황이었음

우리는 그 맥주파는 가게 어디있냐고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어서 검색이고 뭐고 안됨 ㅠㅠ)

라면 파는 사람이고 나발이고 아니 산책하는 사람 하나 없냐며

니가 여기 오자했네, 내가 오자했네 티격태격 하고 있었는데

박보살의 동공이 어딘가로 고정되어 갑자기 커지더니

어어? 하며 강 쪽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것이 아니겠음?

이게 머선일이구...

놀란 나도 박보살을 따라 뛰었음

아니 근데 이 미친냔이 잔디밭에서 산책로를 지나 낮은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물가로 막 들어가려는게 아니겠음?

뭔데 뭔데? 하며 따라 가보니 어떤 중년 남성분이 검은 정장을 입은 채로 강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음

박보살이 아저씨 뭐하는 짓이에요 이게?

빨리 나와요 하며 그 중년의 남자분을 끌어당겼음

근데 박보살도 힘이라면 빠지지않는 나름 파워있는 여자인데, 그 아저씨의 힘이 정말 완강해보였음

무슨 콘트리트에 박힌 전봇대마냥 꿈쩍도 안하는것임

결국 박보살도 나도 그 아저씨를 끌어내려고 무릎까지 물에 젖어있었는데

박보살이 갑자기 단전 깊숙히에서 나는 소리로 진언같은 걸 외우기 시작했음

그러면서 정말 무서운 표정과 목소리로 "이거 놔!!! 놔!!!!!! 놓으라고!!!!!!!!!!" 하며

그 아저씨의 어깨와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겼음

(박보살이 손이 증말 매움.. 아저씨 진짜 아팠을 건데 눈 하나 깜빡 안함 진짜로..

이거는 실제로 봐야 무서운데 글로 표현을 못하겠음 ㅜㅜ

나같으면 아파서라도 기어 나갔을건데 그 아저씬 눈꺼풀 하나 꿈쩍하지 않았음)

나는 그 아저씨를 붙들고는 있었지만

아.. (쉬발) 또 뭐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무섭고

까딱하면 셋이 다 같이 물에 빠지는거 아냐?

나 아직 못 먹어본 것도 많고 프랑스도 한번 못가봤는데 하며 (그 놈의 프랑스ㅋ)

내가 거의 울 지경에 다다랐었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왜 모르는 사람때문에 이런 일을 겪나 싶기도 하고

왜 차고 넘치는 한강 중에 박보살 앞에서 난리야 싶어서 잠깐은 그 아저씨를 원망하는 마음도 가졌었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저씨는 다리에 힘이 툭 풀린듯 강 바닥으로 고꾸라지듯이 쓰러졌고

박보살이랑 나는 풀숲으로 그 아저씨를 끌어올렸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아저씨는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았는데

나는 그때 그 아저씨가 자살을 스스로 선택한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임

그런데 뭐가 감사하단거야? 죽고 싶은 생각이 없었나?? 하던 찰나에 박보살이 이렇게 말을 함

"누굽니까?

누가 이렇게 죽으라고 악을 쓰는 겁니까..

알고 있으시죠?"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으며

"조상이 그런다네요

자꾸 죽고싶고 우울감만 들고 너무 괴롭습니다" 하며 펑펑 우는 것이 아니겠음?

그 이야길 듣고 아 뭐가 있었구나.. 박보살은 단순히 자살하려는 그 아저씨를 본 게 아니고

다른 무언가를 봤구나.. 싶은 마음에 내 등골이 또 서늘해졌음

그러자 박보살이

"어디가면 조상이 돌아앉았다고 하죠? 굿하라고 천도재 지내라고 하죠?

아니 아무리 조상이 원한이 많고 돌아앉았어도 후손 죽이려는 조상이 어딨겠습니까

다른 이유가 있을테니 꼭 찾아내서 싸우세요

잘 찾으셔야 해요.. 조상은 보통 그런 모습으로 오질 않아요

싸워서 이기세요, 귀신도 제 풀에 지쳐 꺾이는 날이 옵니다

저한테 혼나고 놀라서 떨어져나간 거 보면 아직은 충분히 이겨내실 수 있습니다" 라고 했음

그 아저씨는 박보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부탁했지만

박보살이 무속인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닌데 그걸 어찌 해결해줄수 있겟음

본인이 지니고 다니던 양밥을 급한대로 그 아저씨에게 쥐어주며

지금은 영가가 놀라서 떨어져 나갔지만 한이 많아 보여 언제 다시 찾아올 줄 모르니

꼭 지니고 다니고, 혹시나 방법이 생기면 연락을 할테니 연락처를 주고 가시라고 했음

그렇게 연락처를 받고 박보살이 그 아저씨에게 한마디를 더함

"귀신이 어디 제일 무서워하는지 아세요?

절, 교회, 성당이예요

어느 종교든 기도하러 많이 가세요

꼭 기도하세요" 라며 신신 당부를 함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본인은 불교 신자라며 꼭 다니는 절에 기도하러 가겠다고 말하고 돌아감

아저씨가 돌아가고 나서,

한바탕 난리 굿을 친 나는 잔디밭에 그대로 누웠음, 아니 뻗었음ㅋ

한 오초 누워있었나? 박보살이

"나 양밥도 그 아저씨 줘버려서 없고 오늘 염주도 안가져왔어, 어우 시발 강에 귀신 많~~네,

귀신 들러 붙기 전에 빨리 가자~" 하며 일어서는 것임

하 ㅠㅠ

스방...ㅋㅋㅋㅋㅋㅋ

좔라 대책없는 년일세 이년.. 하며 털고 일어남

(욕은 해도 말은 잘 듣는 따부리 ㅋㅋ)

원래는 박보살의 대학교 친구가 서울에 본가가 있어서

마침 그 날 본가에 있는다는 그 친구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려 했는데

친구 집에 들렀다가면 안될 것 같다며 박보살이 바로 집에 내려가자고 했고

나는 그냥 이럴땐 닥치고 박보살 말 듣자 주의라서 우린 그대로 서울역으로 향함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말 한마디 없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박보살은 말 한마디 없었음

솔직히 참 얘 답지 않게 유난이네~

우리 바지 쫄딱 젖어가면서까지 그 아저씨 일단 살려줬고

양밥도 쥐어줬고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애가 어두워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박보살의 표정이 너무 좋지가 않아서

아니 좋지 않은 표정보다는 어딘가 많이 슬퍼보여서

나는 입도 못떼겠는거임..

우선 그 날은 그렇게 헤어지고,

한달은 채 아닌데 아무튼 한달 가까이 지나고 나서

어느 날 주말 밥 한끼 먹자며 만난 박보살이 밝은 얼굴로 그러는거임

그때 그 한강 아저씨한테 이모가 알려주신 곳에 가보시라고 소개 해드렸다며

일단 그 분이 불교신자 이시고, 박보살이 드린 양밥을 잘 보관하고 있었어서

다행히도 아직까지 똑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정말 고맙다고 꼭 가보겠다고 하셨다는 것임

사실 아저씨는 그때 한강에서의 일같은 일들이 몇번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몸이 물에 잠겨 있거나

차도 한가운데를 활보한다거나

본인의 의지로는 컨트롤 할수 없는 상황들이라서

몽유병인가, 정신질환인가 엄청 고민을 하며

정신병원에도 다녀보고, 뇌 사진도 찍어보고, 용하다는 무속인도 찾아보고, 어느 절 스님이, 어느 성당 신부님이

그런거 잘 보신다더라 하는 곳은 다 찾아가봤다고 하셨댔음

어느 무속인은 굿을 해야한다,

어느 스님은 천도재를 지내야한다 등등

많은 제안을 했고 대부분 그것들을 다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함

박보살이 알아본 곳은 효험이 있기를 바라며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문득 근데 얘가 그날 왜 그렇게 어두웠지? 하며 신경이 쓰였던 것을 박보살에게 물어봄

그날 니 표정이 너무 이상해서 나 말 한마디도 못걸겠더라고

무슨 일 때문이었냐고..

그랬더니 돌아온 박보살의 대답은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음

"사실 있잖아, 내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친구들한테 뭐 있는건 다 보여도

정작 내한테 있는거, 우리집에 있는거는 못 본데이..

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안하더나

니 모르제, 내한테 오빠야 하나 있었던거

내 여섯살 터울 친오빠가 한명 있었거든...

우리 집은 대물림 신살이 외할배 이후로는 여자쪽으로만 타고 오는지

우리 엄마가 안 모셔서 우리 이모가 결국 모셨고

그게 내한테까지 오는 거잖아

난 진짜 그게 죽기보다 싫었거든

아주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커 가면서 내가 조금씩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고

또 우리 이모 색동 옷 입고 분 바르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 하는게 나는 너무 싫었거든

그래서 조금씩 뭔가를 알아가면서, 내한테 영가들이 보인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서

어린 마음에 정말 그냥 죽고 싶더라고

 

 

나는 어릴때부터 모셔야 하는 신이 왔는데

내가 모시는 걸 거부하면 할수록 집에 사단이 나는거야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그래서 참 많이 다쳤어

우리 아빠 원래 전기 공사일 한거 알제, 그러다가 아빠가 일하는 도중에 사고로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몸 왼쪽을 거의 못 쓰잖아

그거 내 때문이다?

내가 신받는거는 죽기보다 싫다고 쌩 지랄병을 해서 이모가 누름굿을 했는데

얼마 안 지나서 아빠가 다쳤어

그때는 진짜 우리 아빠가 다쳤으니 우리집 뭐 먹고 사나 걱정도 많이 하고

맨날 눈물바람이었는데

아빠가 그나마 성한 오른쪽 팔로 나를 안아주더라

내가 다쳐서 니가 괜찮으면, 니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고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그리고나서 시간이 좀 지나니까 더 큰 신이 왔대

장군님이 노했다고 큰일 났대..

어떡하노.. 나는 죽어도 이모처럼 못 살겠는데

계속 절에가고 굿을 하고

어렸을때는 진짜 절, 굿당 기억 밖에 없는거 같다

그러다 내 중학교 2학년 땐가

우리 오빠가 군입대 앞두고 있어서 휴학하고 집에 잠깐 들어와 있었는데

사실 오빠가 집에 나랑 같이 있으면 다치거나 놀라는 일이 많아서

대학교도 통학을 할 수 있었는데 그냥 자취를 한 거였거든

나이 차이가 제법 나니까 오빠가 나 진짜 많이 아끼고 예뻐해주고

나한테 큰소리 한번 쳐 본적이 없어서

내가 오빠를 진짜 많이 좋아하고 의지했어

근데 이모야가 그러더라고

느그 오빠 살라면 나가서 살아야된다고

느그 오래비 나가야 명 잇는다고..

그래서 오빠는 고등학교도 기숙사에 있었고 대학교도 자취했었는데

이모가 일본에도 원래 왕래를 자주 했지만 더 자주 일본에 다니고 부터는 우리 집에 예전만큼 신경을 못 썼어

(이모님의 스승님이 일본에 계신 스님이셨다고 해요)

이모가 한참 일본 왔다갔다 바쁠때 오빠가 군대 입대때문에 살던 자취방 정리하고 집에 잠깐 들어왔거든

그래봤자 고작 두세달 있다가 입대하는 거였으니까..

우리는 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다시 같이 살기 시작하고나서 얼마 안 지나서 보니까

오빠가 참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더라고 사람이

나는 뭐 자책했지

내 때문에 오빠가 집에서 너무 오랫동안 나가 있어서

혼자 있는게 익숙하구나

나도 그땐 사춘기였고..

괜히 반가워 죽겠는데도 오빠가 신경질내면

마음이 너무 속상하고 말이 곱게 안나가더라고

그래서 그냥 데면데면 했다

그러다가 오빠 입대 한달인가? 앞두고

나는 마루에서 손톱에 매니큐어 칠을 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혼자 씩씩 거리면서 마당으로 나가더니 막 팔을 휘젓고

발로 소쿠리를 들고 차고 난리를 치대?

그러면서 씩씩 거리면서 광에 들어가는거야

발걸음이 정말 화난 사람처럼.. 그리고 막 어깨를 양쪽으로 심하게 들썩 거리면서 걷는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어린 마음에 너무 꼴보기가 싫어서 빨리 군대로 꺼져라 싶대..

그리고 나도 그냥 밖에 나갔어

내 마음이랑은 반대로 자꾸 행동하게 되니까

너무 속이 상하더라고

근데 그게 내가 본 우리 오빠야 마지막 모습이다

광에서 오빠 스스로 생을 마감했더라

저녁에 빨리 집에 오라는 연락 받고 무슨 일이지 싶어서 집으로 갔더니

엄마는 마당에 쓰러져서 미친사람처럼 소리를 질러가며 울고 있고

아빠도 지팡이 짚고 나와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더라고

구급대원들이 이불로 누구를 덮어서 구급차에 태우는데

뛰어가서 확인해보니까 우리 오빠대..

집이 쑥대밭이 됐지 말 그대로

오빠가 씩씩 거리면서 광에 들어갔을때

내가 매니큐어를 칠할게 아니고 오빠를 한번 불러세워 볼걸싶어서

손톱 꼬라지도 보기 싫어서 다 물어 뜯었다

미친년 썩을년 니가 죽었어야지 싶어서 손톱을 다 뽑아버리고 싶더라

소식을 듣고 이모가 왔는데 발인 날 이모가 도착을 했어

와서 이모가 펑펑 울면서 그러더라고

내가 모시는 신도 너무 하다고..

아무리 명은 하늘에서 내리는거라 하지만

그래도 내가 부처님 제자로 신을 이렇게 받들고 사는데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냐고

아직 꽃도 못 피워본 청춘을 어떻게 이렇게 보내냐고...

이모도 정말 몰랐던거지

원래 영매는 하늘과 사람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건데

그런 영매가 본인 가족일을 돌보면

하늘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겠나

그래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는거야..

내 오빠 그렇게 보내고 정말 많이 힘들었데이

아빠 엄마 볼 면목도 없고 그냥 딱 죽고 싶어서 나쁜 마음도 많이 먹었는데

아빠랑 엄마가 신기는 없지만 내가 그런 생각하는걸 부모니까 다 알더라

그리고 그러더라

보란듯이 이겨내고 살아야지

그러라고 오빠가 간건데.. 니가 그런 생각하면 못 쓴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으라고

그리고 죄책감 갖지 말라고..

명은 다 정해져 있는거니까 너무 분노하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좀 행복하게 즐겁게 살으라고...

그래서 그 전에는 절에 가는거 죽기보다 싫어했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다

오빠가 주는 보너스 인생 내가 보란듯이 이겨낸다 생각하고

매일 108배 염주를 몇바퀴 굴릴 만큼 절을 하고..

이상하게 그 일 있고 나서는 절이 참 좋더라

장군신이든 동자신이든 부처님 앞에서는 내 마음 편하지 싶었거든

근데 있잖아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이모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오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고..

오빠 마지막 모습이 어땠냐고 묻길래

어깨를 막 들썩 들썩 화내듯이 그랬다니까

그거는 객귀 중에서도 아주 악한 악귀가 사람을 잡아갈때

물구나무를 선 형상으로 양쪽 어깨를 잡아채서 데려간다대

오빠가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말은 안했어도

아마 오랫동안 시달렸을거라고 하더라...

이모야 꿈에 오빠가 나왔는데

너무 불쌍한 모습을 하고 울고 있더래

내가 신을 안 모셔서

내가 건방지게 신을 거절을 해서

그래서 그랬다고 생각해

내가 오빠 뒤통수에 대고 빨리 꺼져라라고 안했으면 우리 오빠 살았을까

내가 신을 모셨으면 우리 오빠 살아있었을텐데

매일 자책하면서 그래도 매일 이겨내면서 버텼다

나는, 여태까지의 내 인생은 이랬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단어의 선택이나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어

이번 명절에 박보살에게 조심스럽게 그때의 일을 다시 듣고 최대한 팩트에 가깝게 썼습니다

그런데 고작 스물 한살의 박보살이 그날 이야기한

'여태까지의 내 인생은 이랬다' 라는 말은 아직도 가슴에 박혀서 잊혀지질 않아요..)

밥 먹으러 가서 식당에서 한바탕 펑펑 울고나서

근데 그래서 그 한강에 있던 아저씨랑 오빠랑은 무슨 상관이 있어서

니 얼굴이 그렇게 슬펐는데? 라고 물었더니

박보살이 그러더라구요

"상관이 있기는 무슨 상관이 있겠노,

잔디밭에 앉아서 한강 이쁘다 하고 쳐다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사람이 걸어오더라고

술도 못 쳐먹는 년이 (나) 하도 맥주 맥주 거리길래 맥주 파는데는 어디로 가야되냐고 물어봐야겠다 하는데

아니 그 아저씨가 걷는게 이상해

어깨를 건들건들 너무 심하게 흔들면서 걸어오잖아

순간 이모야가 한 말이 생각이 나서 제대로 보니까 아저씨 어깨 위에 시커먼게 거꾸로 달려서 오대?

근데 어느 순간 방향을 틀어서 강 쪽으로 걸어가길래 뛰어갔지..

우리 오빠야라고 생각하니까 초인적인 힘이 나더라

정말 잘했다, 정말 잘됐다.."

박보살은 비록 오빠는 세상에 없지만

이렇게 믿고 있어요

오빠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빌어 본인을 보러 온다구요

그래서 지나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던, 모르는 사람이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줬었구요

다만 지금은 박보살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보물인

박보살의 딸이 조금 아프게 태어나 큰 수술도 받고

지금도 또래보다 약하고,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자라는 중이라

되도록이면 당분간은 아무 것도 모른채 살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요

박보살이 그런 것을 자꾸 보게되면 혹시 딸에게까지 영향을 끼칠까봐서

엄청 조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박보살 1편이었나.. 거기에 쓴 제 외사촌오빠의 이야기도...

저희 외사촌오빠도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택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쓰기가 마음이 조금 괴롭고 힘들었지만

왜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죽을 용기로 살지 왜 죽냐고

그런데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 중에서

생각보다 본인이 본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해요

우울증이던, 힘들고 절박한 상황이던, 정말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이던..

그 사람의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물론 생명의 무게는 비할 곳 없이 귀하고 무겁겠지만 말이예요

저는 만약에 저에게 초능력이 있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비록 명은 하늘에서 정하는것이라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바꿀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 선택을 하기 전의 제 사촌오빠를 만나

꼭 한번만 실컷 안아주고 싶어요

위의 일들이 있고난 후, 저의 외사촌 오빠의 소식을 들은 박보살이 그러더라구요

오빠 못 살려줘서 미안하다구...

그날 그 때 처럼 우리가 거기에 있었다면

오빠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구요

저도 마음은 정말 아프지만 오빠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여기며

오빠가 그 곳에서는 평안한 영면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미스테리&공포/무서운 이야기] - [임가지] 나도 귀신 보는 친구가 있뚜와 1

 

[임가지] 나도 귀신 보는 친구가 있뚜와 1

📌출처 - 네이트판 [훈녀구함-나도 귀신보는 친구가 있뚜와] 안녕 난 스물둘 아주 바빠서 돌아버릴 것 같은 휴학생 훈녀구함이야 아이디가 훈녀구함이라고 날 남자로 생각하지 말아줬음 좋겠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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