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트판 [ 흠냐 -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장기출장때문에 오랜만에 글쓰게됐어요.
달아주신 댓글들도 오늘아침에야 한번에 몰아서봤다는;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
악플들은..음ㅋㅋㅋ 그냥 그러려니 하려구요.
오픈된 공간에 사적인얘기 찌끄리면서 악플이 하나도 없기를 바라는건 말도안되니까요.
허허허허허.
앞글들에서 여러번 언급했듯 저희 외할머니는 무속인이세요.
항상 집으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는.. 어찌보면 피곤한일을 업으로 삼고계세요.
그래서 엄마와 본인은 최대한 자주 할머니댁으로 찾아뵈며 지내고 있어요.
(뭐.. 본인이 할머니곁에 있는다고 크게 도움된다거나 하는일따윈 없음ㅋㅋ
그냥 본인이 할머니 보고싶어서 가는게 더 가까움ㅋ)
본인이 학생이였을때.
방학이면 거의 할머니댁에서 지내다시피 했었거든요.
여름방학이 되어 동생놈 1,2를 끌고 외가로 내려갔어요.
동생놈들을 똥개마냥 온동네를 휩쓸고 돌아다니고,
본인은 학점의 압박ㅋㅋ으로 빈방에 엎드려 책을 폈어요.
졸며 책보며를 반복하며 비몽사몽하고 있을때쯤,
마당에서 처음듣는 목소리가 들리기에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어요.
어떤 처음보는 아저씨가 마당에 서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더라구요.
할머니는 신집에, 엄마와 외할아버지는 시내에 나가고 안계실때라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물으며 아저씨에게 다가가니
'아.. 점보러왔는데요..'라며 대답했어요.
슬쩍 얼굴을 보니.. 좋지않은 인상, 느낌, 분위기의 집합체.
이목구비가 못생겨서 안좋은 인상이 아닌, 그냥 스스로의 마음으로 안좋아진 인상이랄까..
어쨌든 점을보러 온 사람이니 잠시만 기다리라 말한후 신집대문앞에서 할머니를 불렀어요.
'할머니! 찾아온사람있어요!'
(평소 할머니는 당신의 아들딸 손주들이 신집근처에 얼씬거리는걸 질색하셨음.
특히 울엄마와 본인은 접근금지수준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를 부르자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오셨어요.
'할머니, 어떤남자가 할머니 뵙겠다고 찾아왔는데;;'
'신집으로 오라고해라. 넌 빨리 집으로 내려가있고.'
집으로 내려가 '저쪽에 있는집 보이시죠? 저희 할머니 거기계시니까 가보세요.'라고
아저씨께 알려드린후 본인은 다시 책을펴들었어요.
한참이 지난후 할머니가 집으로 내려오셔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희야, 잠깐 나좀보자.'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그남자가 할머니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어요.
'희야, 부엌에 들어가서 소금좀 가져와라.'
'??'
할머니의 말씀을 들은 남자는 고개를 푹숙인채 뭔가 중얼거리며 할머니께 부탁하는것 같았어요.
무슨말을 들은건지 할머니는 서있는 남자를 둔채 안채로 들어가버리셨어요.
쌩하니 들어가버리신 할머니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중얼중얼 욕을하며 마당에 침을 뱉곤 나가버렸어요.
저러니 인상이 안좋지; 하고 생각하며 부엌에서 소금을 가져다가 뿌리곤ㅋㅋㅋ
할머니가 계신 안채로 갔어요.
'할머니~ 들어가도되요?'
'들어와라.'
방문을 열고 들어서서 할머니옆에 앉았어요.
'할머니. 소금가져다 대문앞에 뿌렸어요.'
'잘했다. 저런놈들이 내집에 들락거릴때마다 머리가 울려.
아까그놈 조만간 다시 찾아올거니까 그때는 면전에 대놓고 소금뿌려라.'
평소에 할머니는.. 할머니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얘기를 거의 하지않으셨어요.
그래서 방금 그남자가 무슨말을 했던건지 궁금했지만 여쭤볼수 없었구요.
눈을감고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눈을 뜨시곤,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희야, 너 이할미가 죽을날 받아놓은상태라면 어떻게할거냐?'
'할머니 그런소리 하지마요.'
'궁금해서그런다. 그럴때 내새끼는 어떻게할지.'
'울며불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신들에게 기도할껀데;;'
'그럼 니엄마랑 아빠가 그런상태라면?'
'하나님 부처님 다찾아가며 기도하겠지.. 아근데 할머니 이런말씀 안하시면안돼요?'
할머니는 씁쓸하게 웃으시더니 말을 꺼내셨어요.
아까그남자가 할머니앞에 찾아와했던말은.
그남자의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한 상태라고 했어요.
남자의 어머니는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분이구요.
자식이 4명이 있지만 아무에게도 재산을 나눠주지 않은 상태였대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식들끼리 재산싸움이 날게 불보듯 뻔하니,
용한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찾아왔었다고 했어요.
한마디로 위독한 어머니의 상태가 걱정되어 찾아온게 아닌,
재산을 지키는 방법을 알기위해 찾아왔던거죠.
다른형제들이 손을 못쓰게 기도를 하던 굿을 하던해서
재산이 자기앞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주면 사례는 넉넉히 하겠다고도 했대요.
'위독하다는 자네 모친걱정은 안되는가?' 라고 할머니께서 묻자
'저희 어머니는 사실만큼 사셨어요. 넘치는 돈으로 호강도 충분히 하셨구요.'
라고 남자가 대답했다네요.
하지만.. 할머니의 눈에 보이는건 달랐대요.
그남자의 어머니는 아직 죽을때가 아니라는것.
남자주위에 어른거리는게 보였지만 그건 남자의 어머니가 아닌 다른사람을 향해있었다는것.
'자네 모친은 앞으로 10년은 너끈히 살아내실걸세.'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대요.
'의사가.. 의사가 이미 가망이 없다고했어요. 얼마남지않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어머니 돌아가시고나면 받을 재산으로 사업하려고 이미 일도 벌려놓기 시작했는데..'
천하의 나쁜놈이죠;; 부모가 오래사신다는 말에 기뻐하지는 못할망정..
'어차피 사실만큼 사셨는데.. 그냥 좋은곳으로 가시라고 굿이라도해주시면 안될까요?'
이런 쓰레기같은 말까지 할머니앞에서 늘어놨다고해요.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할머니는 남자에게 말씀하셨대요.
'나도, 병원에 있는 의사들도.. 사람목숨을 좌지우지 할수있는건 아니야.
자네모친은 지금 의식없이 누워계시지.
사람의 의식이 잠시 몸을 떠나있을때 어디에 머무르고 있을까?
몸을 떠나 자유롭게 날수있다면..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보러가지않겠나?
부모에게 자식보다 사랑할수있는 존재는 없지.
자네모친의 의식이 지금 여기 가까이에 있다면, 자네가 쏟아놓은 말들을 듣는다면..
어떤마음일지 생각해보게.
그리고 곧 큰일생길테니 내말 잘기억하게.'
할머니는 그말씀만 던져놓고 집으로 내려오신거라했어요.
남자는 구질스럽게 할머니 뒤를 따라왔지만 소득이 없자 욕을하고 가버린거였구요.
'할머니, 그 큰일이 뭔지 물어보면 안되죠?'
'그놈 조만간 다시 올거니까 그때되면 알게될거야.'
그렇게 며칠이 지난후, 정말 그남자는 다시 집으로 찾아왔어요.
그날 아침에 '희야, 대문 잘 잠궈둬라.' 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대문을 꼭꼭 잠궈뒀구요.
(평소에는 대문을 닫아놓지않음)
그남자는.. 처음찾아왔을때 이리흘끔, 저리흘끔 쳐다보며 조용조용 두리번거리던 사람이였는데..
이번에는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며 난리를 피웠어요.
그날따라 신집이 아닌 거주하는 집의 안채에 계시던 할머니가 대문을 열어주셨어요.
문을 열어주자 벼락같이 뛰어들어와 할머니 치맛자락에 매달리며
'살..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세요..' 라며 울부짖었어요.
할머니는 특유의 냉정한 표정으로 남자를 빤히 내려다보고만 계셨어요.
남자는 무릎꿇고 살려달라며 빌고있었구요.
제정신이 아닌듯한 남자를 쳐다보고있자니.. 떠오르는건 버스, 차도, 구급차.
누가교통사고가났군.. 하며 생각할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자네 모친은 어떠신가?'
'저희 어머니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제 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가서 사경을 헤매고있다구요!'
'그건나도알아. 자네 모친은 어떠시냔 말일세.'
'왜자꾸 그걸물어요? 나도몰라요! 제발 제딸좀 살려주세요.. 뭐든 다할테니 제발 살려만주세요..'
할머니는 성큼성큼 부엌으로 들어가시더니 소금한바가지를 들고나와 남자에게 뿌렸어요.
'저번에 알아듣게 얘기해줬으면 적당히해야지.
자네모친 죽으라고 그렇게 속으로 기도를 해대는데, 사단이 안나는게 이상한거지.
내가말했지. 몸을 떠난 의식이 어디에 머무르고있을지 생각해보라고했지.
자네딸이 멀쩡히 걸어가다가 왜 달리는 버스로 뛰어들었을까?
사람의 의식이 몸을떠나면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지지.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게 당연한것처럼
사람의 영이 보고싶어하는 사람을 끌어당기는것도 당연한거야.
자네모친이 앙심을 품고 자네딸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말이 아닐세.
세상에 그런부모는 없어.
모든일이 사람의 의지에 좌우되는건데, 자네가 울고빌며 모친의 쾌차를 기도했다면
자네모친은 벌써 자리털고 일어났을걸세.
악한마음으로 악한생각만하니.. 자네주위에 나쁜영들만 붙어있는거야.
자식들 주위를 맴도는 자네모친의 의식, 자네의 악한마음때문에 들러붙어있는 나쁜영,
그리고 어리고 기가약한 자네딸까지. 이제알겠어?
자식이 사경을 헤매니까 이제야 좀 간절한마음이 드나?'
남자는 무릎꿇고 앉은채 어린애처럼 펑펑 울었어요.
할머니는 남자를 데리고 신집으로 들어가 부적을 써주셨다고했어요.
부적을 손에 꼭쥔 남자는 거듭거듭 인사를 하며 돌아갔어요.
'저런심성 가진놈은 역겹지만 다친 어린아이가 안됐구나..' 라며 할머니는 혀를 찼어요.
참..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다를수가 있다는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네요.
그런일들을 겪으며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고..
개학이 코앞이라 서울로 올라오려 준비할때쯤, 남자는 다시 찾아왔어요.
어머니와 딸이 점점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며, 인사를 드려야할것같다며 찾아왔댔어요.
처음봤을때보다 조금은 나아진 인상.
'저.. 소문으로 듣기에 돈은 웬만하면 안받으신다고 들어서요..' 하며
남자는 인삼한꾸러미를 내밀었어요.
'이런거 필요없으니까 가져가 달여서 모친이나 떠먹여드리게.'
'사양하지마시고..'
'아 필요없대도!'
남자는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돌아갔어요.
'희야, 저놈 얼굴 봤지? 니생각이 맞다. 좋아진거야.
심보를 곱게 쓰려고 억지로라도 노력을 하면 나중에는 그노력이 몸에밴 습관이 되는거다.
사람심보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지.
웃는얼굴에 침못뱉는다는말. 심보가 곱고 표정이 밝으면 어두운것들이 가까이오지않는단다.
억지로라도 웃어라. 아니면 남이 웃을일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라.
너로인해 다른사람이 웃는걸 보면 너도모르게 같이 웃고있을거다.
할미 말 잊으면 안된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할머니가 하신말씀은 항상 기억하고있지만, 그게또 매번 실천하기가 어렵잖아요.
(나만 그런가? 의지박약 -_-)
그래서 본인은 남이웃게만들어주는것도 좋지만..
일단은 다른사람이 나로인해 화내거나 기분나쁘지 않도록 하는걸로
할머니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중입니다. (노력만.. 노력만..ㅠㅠ)
아.. 간만에 썼더니 힘드네요;
출장갔다 완전 방전되서 돌아오고 며칠쉬고나니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하네요ㅠㅠ
남은 일요일 잘보내시길 바랄게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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