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트판 [ 흠냐 -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날씨가 엄청 쌀쌀해졌어요.
감기+일폭탄에 정신못차리다가 며칠만에 판에 들어왔네요.
감기조심하세요. 이거아주 독합디다 -_-
오늘 풀어놓을 얘기는.. 엄마와 이모들이 술한잔씩 하면 항상 나오는..
끝내는 네자매가 부둥켜안고 울음바다가 되는;; 얘기네요.
앞글에 썼듯이 저희 외가에는 항상 사람들이 찾아오곤했어요.
그건 지금뿐만아니라 울엄마가 어렸던 시절에도 그랬었대요.
이유없이 몸이 아픈사람, 앞일이 궁금한사람, 꿈자리가 계속 사나운 사람 등등
그리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찾아오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기전에 궁합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
결혼하는 당사자보다는 그부모님들이 많이 찾아오셨대요.
울엄마가 꼬꼬마였던 어느날.
옆마을정도? 그리 멀지않은곳에 사는 아저씨한분이 할머니를 찾아왔대요.
사주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제딸이 결혼을하려하는데 사윗감이랑 궁합좀봐주십시요.'
할머니는 그아저씨를 신집으로 들이지도않고 길바닥에 선채로 종이를 펼쳐보셨대요.
잠깐 종이를 보는듯 하더니
'절대결혼시키지마십시요.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마십시요.'
라고 말씀하신후 신집으로 가버리셨대요.
그렇게 며칠후, 그아저씨는 또 할머니를 찾아와서 '다시한번만 봐주십시요.'라고 하셨대요.
역시나 할머니의 대답은 '이결혼반댈세'... '그리고 다시는 이집에 오지마십시요.'...
또 며칠후;; 뚝심있는 옆마을아저씨는 또!! 할머니를 찾아와서!! '제발 다시봐주십시요.'...
신집이아닌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마당에 퍼져앉아서 땡깡 아닌 땡깡을 피웠다고해요.
엄마를 비롯 엄마형제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광경을 지켜봤대요.(할머니성깔내기일보직전)
평소같으면 버럭 역정을 내시고도 남았을테지만.
할머니는 그아저씨에게 말씀하셨대요.
'당신딸, 그남자한테 시집가면 얼마못가 다시 친정으로 오게될거요.
그것도 억울한채로 오게될텐데 그런결혼을 왜시키려고 안달인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말. 잘기억하고 돌아가세요. 다신 내집에 찾아오지말고.'
할머니는.. 화는 내지 않으셨지만 조용하게. 차가운 말투로 말씀하셨고
(본인은 저럴때의 할머니가 가장 무서움. 차라리 호랭이성질을 내주시는게 마음이 편함;;)
옆동네 아저씨는 민망함과 울분을 감추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가셨대요.
그리고 얼마안지나 옆동네처녀가 시집을 간다는 소문이 들려왔구요.
집에서 구식혼례를 치른다는 동네사람들의 말에 엄마와 이모들은 구경하러 가고싶어했지만
(구경은 핑계임. 오로지 목적은 잔치음식ㅋㅋ) 할머니의 반대로 집에만 있어야했대요.
그렇게 옆동네처녀가 시집을 가고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갈쯤.
역시나 소문은 무서운지라, 또 그처녀에 대한 소문이 돌았대요.
'시집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소박맞고 쫓겨나나;;'
그랬던거죠. 할머니의 말씀처럼 그처녀는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됐네요.
그당시 할머니는 먼곳으로 기도(가끔 집이아닌 먼산에서 오랫동안 기도와 정성을 보이셨음)를
하러 가실 준비가 한창이였고, 늘그랬듯 떠나기전 할머니는 삼촌들과 이모들 울엄마를
한자리에 불러앉히고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대요.
(신에게 노여움 살만한 행동 금지, 집안어른들 그리고 동네어른들에게 깍듯해야 한다 등등)
그렇게 할머니는 기도를 위해 먼곳으로 떠나셨고.
일은 그날밤에 생기고말았대요.
옆동네처녀의 아버지. 즉 할머니께 궁합을 물어보러왔던 옆동네 아저씨가
식구들이 잠들었을만한 밤중에 저희 외가에 불을.. 질렀어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엄마는 영문모를 꿈을 꾸고 깨어나셨다고해요.
키가작은 할머니가 자는엄마와 이모의 얼굴을 막 때리는꿈을.
잠결에 부스스 일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분명 낮에는 보이지않았던 짚더미들이
마당 여기저기에 놓여 불길에 휩싸이고있었대요.
엄마는 벼락같이 일어나 이모들의 뺨을 때리며 흔들어깨웠고
이모들도 비몽사몽간에 일어나앉았다가 불을 보곤 깜짝놀라 다른식구들을 깨우러 달려갔대요.
(울엄마의 형제는 지금은 6남매지만 원래는 7남매였다고함.
엄마 바로밑에 남동생이 하나 있었음. 태어날때부터 기관지가 약해 천식으로 고생했다고함.
할머니는 아픈자식을 위해 곱절로 울며 기도하셨다고함.)
주무시던 외할아버지, 행랑할머니, 엄마의 고모들, 삼촌들..
방마다 문을 열어제끼고 소리를 질러가며 식구들을 깨우고
마당우물에서 물을 길어 여기저기 뿌리고..
집에서 가장많이 타들어갔던곳은 행랑채였대요.
엄마밑의 남동생(작은외삼촌)은 어릴때부터 행랑할머니곁에서 떨어지질않아 항상 행랑할머니가
옆에 끼고 주무셨다고했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대요.
한옥집이라.. 한번 불이붙으면 겉잡을수없이 번지기때문에 행랑채에 불이 번지기시작하자
외할아버지가 뒤도안돌아보고 뛰어들어가 행랑할머니와 작은외삼촌을 들쳐업고나오셨대요.
둘다 정신을 잃고 마당에 쓰러져있는걸 큰이모가 물을 가져와 얼굴에 붓고 난리였다고하네요.
그때쯤은 이미 동네사람들도 전부 깨서 집집마다 물을 담을수 있는 통에 물을 길어와
여기저기 뿌리며 불길잡기에 여념이 없었대요.
불길이 어느정도 잡히고 행랑할머니와 작은외삼촌도 정신을 차린후.
그제서야 다리가 풀려 훌쩍거리고있는 이모들과 엄마를 동네사람들이 달래줬대요.
그렇게 정신이 없던 와중에 마당으로 울며 뛰어들어오신건 우리 할머니.
머리는 산발에, 옷은 여기저기 흙묻은 소복에, 고무신 한짝은 어딜간건지..
할머니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망연자실 마당에 서계셨대요.
다른식구들은 쳐다보지도않은채 바닥에 누워 콜록이던 작은외삼촌을 꼭 끌어안고
오랜동안 마당에 앉아계셨다고했어요.
그렇게 날이밝고 여기저기 손볼곳이 많아져, 집에는 목수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몰려왔대요.
엄마와 이모들도 불에탄 세간살이등을 정리하느라 바쁠때
할머니는 작은외삼촌을 신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밖에 나오지않으셨대요.
행랑할머니가 끼니를 걱정하며 한번씩 갔다오실때마다 한숨에 눈물이 끊이질않았구요.
결국 할아버지가 신집으로 가서 할머니와 작은외삼촌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가셨대요.
거기서들은 의사의 말은..
본래 기관지가 약한 아이가 독한 연기를 많이마셔서 이미 가망이 없다는말.
작은외삼촌을 등에 업은 할아버지와 산송장처럼 변해버린 할머니가 대문간에 들어섰을때,
엄마는 영문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했어요.
가망없다는 의사의 말은 전해듣지도못했던 엄마였지만 아버지등에 업힌 남동생의 발을 붙잡고
곡을 하듯 펑펑 우셨대요.
'영아, 그만 울어라. 조금만 아껴둬라.' 라고 말씀하신 할머니는 작은외삼촌을 안채에 눕히셨대요.
그리고 그날밤. 작은외삼촌은 할아버지, 할머니, 행랑할머니가 지켜보는가운데 돌아가셨어요.
집안식구들이 곡을하고..
집안의 남자들은 '누군지 몰라도 집에 불낸놈 가만안둬!'라고 이를악물며 눈물을 흘리셨대요.
(이때까지는 옆동네 아저씨가 불지른걸 할머니만 아셨던 상황)
부모보다 앞서가는 자식은 불효자다. 라는 의미로, 부모앞서 떠난자식은 정식무덤이 아닌
돌무덤을 만들었으므로(우리 외가만 그런건지 전부 그런건지는 모르겠음;) 최소한의 격식만을
갖추고 작은외삼촌은 돌무덤에 묻히셨대요.
집안의 여자들은 남겨두고 남자들만 산으로 올라가 돌무덤을 만들고 내려왔다고하네요.
무덤이 어딘지 알려주면 할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이 밤낮 거기가서 울어댈게 뻔했기때문에
산에 올라갔던 남자들만 무덤위치를 알고 식구들에겐 절대 알려주지않았대요.
하지만. 귀신은 속여도 우리할머니는 속일수 없지.
항상 단정하고 깨끗하게 한복입고 쪽진머리에 비녀꽂고 입술물들이셨던 우리할머니는..
작은외삼촌이 돌아가신후 한동안 마음을 잡지못하셨대요.
풀어해친머리에 지저분한 소복차림에 신집에 틀어박혀 우는날이 계속됐다고해요.
그렇게 몇날몇일을 울기만하던 할머니는..
어느날부턴가 신도 안신은 맨발로 작은외삼촌의 돌무덤에 찾아가기시작하셨대요.
할머니 걱정에 잠못이루시던 할아버지가 밤에 본건..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신도 안신고 산으로 향하던 할머니의 모습.
너무나 자연스럽게 돌무덤앞에 서신 할머니는 밤이 새도록 무덤옆에서 통곡하다가
날이 새기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곤했대요.
그런날들이 계속되자 할아버지께서는
'죽은자식 맘아픈거야 나랑 똑같겠지. 그래도 다른자식이 여섯이나 있는데
이렇게 정신줄놓아버릴거요? 이사람아 정신차리게.. 이러면 ㅇㅇ(죽은외삼촌)이도
마음편하게 못가! 알만한 사람이 왜이러나!'
하고 할머니를 설득하셨대요.
작은외삼촌의 물건, 옷들, 몇장없는 사진까지 전부 불태워보내주고.. 힘들게 지나가던 어느날.
할머니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단정하고 고운모습으로 안채에서 나오셨대요.
삼촌들, 이모들, 엄마를 불러세워서 '가자'라고 말씀하신후 데려가신곳은 신집.
평소 신집주변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지만 그날은 할머니가 직접 문을 열어주셨대요.
집안까지는 들어가지못했지만 집안 모든문을 활짝 열어두신 할머니는
'ㅇㅇ이 좋은곳으로 가게 기도나한번 실컷해보자.' 라고 씩씩하게 말씀하셨대요.
엄마는.. 그날은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질않았대요.
그저 형제들과 마당에 앉아서 '좋은곳으로가라' 라고 마음속으로 비셨다고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않아 집으로 찾아온 옆동네처녀.
할머니를 뵈러왔다며 눈물을 흘리는 처녀를 본 가족들은 그때 짐작을 했대요.
불이 나던밤, 그동네에서 얼쩡거리던 술취한 옆동네아저씨를 봤다던
동네사람들의 말도 소문으로 떠돌아다녔다고하더라구요.
할머니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도못내고 우는 처녀에게 집안남자들은 욕을 퍼부었대요.
할머니는 처녀의 손을 잡고
'애비가 욕심이 많지..?
한번만 가면 될 시집을 두번이나 가게됐으니 니마음도 좋진않겠구나.
니애비는 고양이같은 모습이란다..
넌 쥐와같은 모습이고 니전남편이라는 작자는 뱀의 모습인데.. 어떻게 같이살수가있나?
아이못가진다고 쫓겨났다지? 근데 넌 남편이라는 사람 속살한번 본적없을거야.
쥐가 뱀의 아이를 가지면 어떻게될지 상상이나되냐?
그런놈이 니몸 안건드리고 딴년한테 빠져있던게 너한테는 천운이였어.
여기갇혀 살지말고 애비한테서 떨어져 멀리멀리 넓은곳으로 가서 살아라.'
너무나 담담하게.. 하지만 불을낸 아저씨의 잘못은 입밖에도 내지않는 할머니의 모습에
식구들은 그냥 쳐다볼수밖에 없었대요.
처녀가 돌아간후 다른식구들이 할머니한테 따지듯물어봤다고해요.
'그놈이 불만안냈어도 ㅇㅇ이는 멀쩡할텐데 어쩜 그렇게 아량이 넓소? 부처님이요?'
'ㅇㅇ이 좋은곳으로갔어. 입밖에 꺼내지말아라. 아파서 힘들었던 아이야.
우리가 자꾸 얘기하면 다시 돌아오고싶어할지도 몰라.'
그얘기를 끝으로 할머니는 다시는 작은외삼촌얘기를 입에 담지 않으셨대요.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
전 정말 꿈을 자주꿔요. 그것도 리얼리티 200%인 꿈들을;
꿈이 거의 들어맞는편이다보니.. 꿈에서 깨어나도 그꿈을 되짚어보느라 밤새기가 일쑤네요.
그런 본인에게 하우스메이트인 세라가 향초를 선물해준적이 있어요.
머리맡에 피워두고자면 숙면을 취한다는ㅋㅋㅋ
바람만불면 귀가 접히는 본인이기에ㅋ
선물받은 그날 바로 향초를 피워놓고 잠을 청했어요.
잠속으로 빠져들어갈때쯤.. 꿈에 처음보는 남자가 보였어요.
분명 처음봤는데.. 정말 많이본듯한 얼굴.
제얼굴이였네요. 얼굴형, 눈매, 입술까지.
근데 분명 남자였어요.
그남자가 제게 등을 보이며 업히라는 신호를 보냈고, 전 말없이 그등에 업혔어요.
절업은 그남자는 우리집 현관문을 지나 마당으로 갔어요.
그리고 마당에 있는 작은 연못에 절 던져ㅋㅋㅋ 버렸어요.
꿈에서도 꼬리뼈가 돌맹이에 부딪히는 아픔에ㅠㅠ
눈을 부라리며 남자에게 대들려는 순간, 남자는 제손을 잡아 일으켜세워주곤 가버렸어요.
꼬리뼈의 아픔에 눈을 떠보니..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건드린듯.. 향초가 엎어져 옆에있던 책에 불이붙고 있었어요.
헉!하며 책장에 붙기시작한 불을 꺼버리고..
꿈에서 봤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려봤어요.
그건.. 지금제모습에 머리만짧으면 싱크로율 100%를 자랑할.. 그런모습.
다시 향초를 켜긴 무서워ㅋㅋ서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한후
아침일찍 일어나 엄마한테 꿈얘기를 해드렸어요.
말없이 듣던 엄마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시더라구요.
며칠후 할머니뵈러 외가에 내려갔을때 엄마가 그꿈얘기를 다시 꺼냈어요.
역시 말없이 듣고만 계시던 할머니.
'잠깐만 앉아있어라' 하시더니 밖으로 나가시더라구요.
다시 들어오신 할머니의 손에 있는건 사진한장.
지금까지 할아버지몰래 할머니가 숨겨뒀던 사진이라고 하셨어요.
전 처음에봤을때 울엄마어릴때 사진인줄알았어요.
울엄마도ㅋㅋ '이거내사진이네?' 하실정도로..
'영이 니사진아니다. 죽은 니 남동생사진이잖아. 희야 외삼촌말이다.'
오래된 흑백사진이였지만 엄마가 어릴때 그리고 제가 어릴때랑 정말 똑같았어요.
'니 외삼촌이 어려서 떠나서그렇지.. 니나이쯤 컸다면 니꿈에서본 그모습이겠지?
그날.. 집에 불이나던날. 내가만약 드리던기도를 포기하지않고 끝끝내 마쳤다면
ㅇㅇ이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했었다.
그땐 나도 젊었으니까.. 눈앞에 훤히보이는걸 두고 기도에 열중할수가 없었어.
하던기도 내팽개치고 미친듯이 집으로 돌아오고나서야 깨달았다.
신에 대한 불신을 이렇게 보여드리게되는구나.. 하고.
그래도 하늘이 도우셨는지 ㅇㅇ이는 좋은곳으로가서 잘지내고있지.
ㅇㅇ이가 죽기전에 불나는거봤던게 많이 무서웠나보다.
희야꿈에 나타나서 물속에 던져버렸다니..'
할머니말씀에 엄마랑 저는 아무말도 할수없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난 외삼촌이 지켜주는 여성이다!'를 외치며
향초넘어뜨려 불낼뻔했던 우리집 고양이님 엉덩이한대 때려주는걸로 마음정리ㅋ
아.. 역시 길어졌네요.
우리모두 감기조심 불조심(?) 하도록해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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