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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나의 이야기

나는 [더 글로리]가 불편하다 2

by 진실로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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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00년! 넌 따라와."

그럼 그렇지. 아무일이 없길 바라는건 내 마음 뿐이었나 보다.

그렇게 나는 급식실을 나서자 마자, 그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나는 고개를 못 든 채, 머리채를 잡힌 그대로 계속 교실까지 질질 끌려갔다.

 

교실에 들어서니 사물함이 있는 교실 뒷편에, 그대로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렇게 집단 구타가 시작되었다.

한 명은 날 끌고 온 같은 반 남자애, 두명은 이름만 들어 본 소위 잘나가는 다른 반 남자애 2명이었다.

보통 아구창 날린다고들 하 듯, 주먹으로 볼을 때리고

스포츠 브라를 차고 있는 가슴을 주먹으로 정통으로 때렸다.

아파서 고꾸라지니, 셋이서 발로 밟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들던 생각이 지금도 기억난다.

 

 

'내가 지금 왜 맞고 있어야 하지..?
난 얘네들한테 잘못한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맞아야 하지?
왜..나를 때리는거지?'

그때 당시에도 내가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맞을 이유가 없었다.

같은 반 남자애는 말도 많이 나눠보지도 않았고

다른반 남자애들은 본 적도 없었으니까.

왕따여서 거의 혼자 지냈고, 잘못을 할 겨를 조차 없었으니까.

나를 도와주는 반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구타도 그렇게 끝이 났다.

하교하는 동안 온몸에 통증이 심해서, 그날은 저녁도 먹지 않고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조용히 울면서 잠들었다.

 

 

지금에야 어른들께 도움을 청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당시만 해도 담임 선생님한테 말하는 것도, 부모님한테 말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고 되려 무서웠다.

괜히 더 큰 보복을 당할 것 만 같아서..

 

담임선생님은 남자애들 뺨을 수업시간 내내 때렸던 체육교사였고,

아빠는 나를 임신한 엄마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대들어도 몽둥이로 맞거나 뺨을 맞았고,

엎드려서 철로 된 물걸레 봉으로 맞아, 엉덩이 전체가 보라빛으로 피멍이 든 적도 있었다.

엄마는 우리를 키우겠다고 아둥바둥..

 

이런데 학교에서 맞았다고, 나 왕따당하고 있다고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엄마 나 아파. 나 힘들어.
삶이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어.."

 

나에겐 그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속으로 숨죽여 절규하면서,

그렇게 울다 지쳐 잠이 들면, 그렇게 현실을 잊는 방법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교에 진입 했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사람들.

과거의 나를 모르는 지금의 나를 봐 줄 아이들.

너무 설레면서 새출발하는 심정으로 대학생이 된 첫 날을 맞이했다.

교실보다 큰 강의실의 냄새가 너무 좋았고

모르는 아이들과 갓 성인이 되어 모인 이 어색한 분위기와 설렘,

새로운 방식의 배움이 시작될 나날들이 너무나 벅찼다.

 

'쿵.'

 

내가 잘못 보고 있는건가. 그렇다기엔 내 심장이, 신체가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심장이 내려 앉았고, 귀에서 삐-하는 이명이 들렸다.

5학년때 나를 질질 끌고 간, 그 애가 나랑 같은 강의실에 같은 학과에 들어와 있었다.

 

 

- 3편에 계속 -

 

 

 

 

[Daily/나의 이야기] - 나는 [더 글로리]가 불편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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