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수가 없거든."
맞는 말이다.
멈출수가 없는 증오를 갖고 살아간다는건.. 자신한테도 지옥이 된다는걸 안다.
그럼에도 멈출수가 없을 만큼 커다란 상처와 깊은 분노가 자리잡아 있는 거겠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유명해지고, 유행이되면서 여기저기 '더 글로리' 얘기로 가득찰 때
나는 매체들을 보기 싫었다. 정확하게는 메쓱꺼웠다.
'학교폭력 가해자였으니 이런게 불편하겠지'
'남은 괴롭힌 적이 있으니 찔리는게 있는 것 아니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는 되려 왕따였고,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그런 내가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드라마가 왜 불편한지 의아할 것이다.
드라마가 복수극이기에, 내가 당한 피해만큼 되갚아줄 수 있어서 짜릿하지 않냐고, 통쾌하지 않냐고들 말한다.
나는 넌지시 이런 생각이 든다.
"그건 드라마에요."
냉정하지 않냐고? 글쎄, 더 냉정한게 현실인걸..
학창시절 내내 왕따로 지내면서, 30이 넘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 기억이 있다.
5학년이 된 때의 점심시간이었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다가, 급식실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입구에서 흘끗흘끗 나를 보면서, 내가 나오길 기다리는 그 표정을 보니.
위기감을 느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자선생님이 밥을 드시고 나갈때, 뒤따라 가는 것 뿐이라 생각했다.
밥을 다 먹었지만, 선생님의 속도에 맞춰 먹는 척을 하고
선생님이 일어나자 마자 바로 반찬을 버리고 재빨리 뒤에 붙어 나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선생님과 함께 나가는 나를 보자 그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 날은 그렇게 무사히 급식실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되고 문득 입구를 보니 또 그가 서있었다.
아.. 선생님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다. 어느샌가 다 드시고 나가셨나보다.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그래, 이렇게 대낮에 사람도 많은데..큰 일이야 있겠어? 나가보자.'
그렇게 선생님 없이 혼자 급식실을 나섰다.
- 2편에서 계속 -
[Daily/나의 이야기] - 나는 [더 글로리]가 불편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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